- 별너머 외계 생명체와의 첫 접촉이라는 경이로움
SF 속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
오늘은 SF에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와의 첫 접촉이라는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외계문명 또는 외계 생명체와의 첫 만남이라는 이야기는 호기심과 탐험이라는 영역이 극대화된 주제로서, 오랫동안 SF에서 다뤘던 매력적인 테마였다. 정말이지 SF 장르에 특화된, SF의 특징과 강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미지의 문명, 미지의 외계생명체와 처음 만남은 매혹적이지만 두려운 순간이다. 이런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감정 때문에 우리는 외계 생명체와의 첫 접촉이라는 이야기에 더욱 더 매혹되고 깊게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 포스팅에서 난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를 다룬 작품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과 매혹을 느꼈던 작품을 하나 소개하고,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를 다뤘던 다양한 SF 작품들을 연대기별로 정리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번 포스팅, “SF가 미리 본 미래: 유토피아 or 디스토피아”를 작성하면서 느낀 점이, 해당 사회분위기를 표기한 연대기 아래 SF 작품들을 떠올리는게 개인적으로 더 효율적이고, 해당 작품들이 머리 속에 더 잘 떠오른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1. 외계 생명체와의 첫 접촉을 다룬 SF 작품 중 마이클의 최애 작품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를 다룬 여러 작품들 중에 마이클에게 가장 충격적이었고 정신없이 몰두하며 읽었던 작품이 바로 테드 창의 “스토리 오브 어스(1998)”였다.
테드 창의 “스토리 오브 어스”
이 소설은 왜 그들이 지구에 왔는지를 묻기 위해 외계인 헵타포드(7개의 다리 때문에 이름 붙여진)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여성 언어학자 루이스의 이야기이다.
소설 속의 헵타포드의 언어는 우리 지구인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젖은 개가 물을 털어내는 듯’한 소리를 닮았고, ‘둥글둥글하게 그려진 사마귀가 격자무늬를 이루며 서로 매달려 있는’ 듯한 글자 언어였다. 이 소설은 루이스와 죽은 딸과의 이야기와 그 딸이 태어날 때의 순간, 딸과 보낸 일상과 루이스의 헵타포드와의 조우 등이 뒤죽박죽 뒤섞여 배열되어 있다. 소설 진행 자체가 시간의 흐름과 어긋나게 배치되어 있는 것이고, 이건 바로 헵타포드가 선형적으로 살지 않고 언어 자체도 선형적이지 않다는 의미를 전달하는 장치다. 우리 지구의 언어는 어떤 논리의 순서대로 진행되고 표현되는데 반해, 헵타포드의 언어는 하나로 이어진 하나의 그림 같은 문자로 모두 다 표현한다. 그게 어떤 말이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 끝을 동시에 알아야 표현과 이해가 가능한 언어인 셈이다. 물리학자와의 대화에서도 헵타포드는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개념은 복잡하게, 어렵게 생각하는 개념은 너무 쉽게 설명하며 우리랑 다른 차원의 지성을 보여준다.
하드 SF 작가로 유명한 테드 창의 소설답게, 이 소설에는 페르마의 원리가 등장하는데 이 원리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단초로 작용한다. 페르마의 원리는 한 점에서 나온 빛이 반사와 굴절을 통해 다른 점에 도달할 때, 그 빛의 경로가 실제로 가장 짧은 거리가 아니라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가장 짧은 경로를 택한다는 이론이다.
빛은 입자이기도 하며, 빛을 비춘다는 건 빛의 입자가 출발해 어딘가에 도달하는 것인데, 페르마의 원리에 의하면 빛은 출발하는 순간 자신이 닿을 지점이 어딘지 알고 있어야 한다. 더구나 그 빛은 가장 빨리 도달해야 한다는 목적까지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은 페르마의 원리를 통해 헵타포드의 비선형적인 언어와 인식을 설명하고 있다.
아니 100%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니, 엄밀히 말하자면 설명이 아니라 암시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헵타포드와 조우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루이스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인식 체계가 변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 작품, “스토리 오브 어스”는 엄청난 자극을 주는 소설이다. 소설에서 루이스와 죽은 딸과의 애틋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섞여 등장한다. 이 소설을 읽어보면, 루이스의 아픔과 인식의 체계가 이해하기 힘들면서도 이미 어느 순간 이해했던 것 같은 인식의 기시감이 느껴진다.
인간의 존재와 시간에 대한 한없이 차분하고 먹먹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한순간에 깨닫게 되는 진실에 터질 듯이 심장이 뛰는, 내게 이 소설 “스토리 오브 어스”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존재와 인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정말 자극적인 소설이었다.
드니 들뇌브의 영화 “어라이벌”
그런데 영화는 이걸 더 생생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영화는 112개의 체경을 통해 헵타포드가 등장하는 소설과 달리 12개의 거대한 쉘(우주선)이 지구에 내려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지구는 갑자기 등장한 거대한 우주선과 외계인의 등장에 겁에 질리고, 에이미 아담스가 연기한 언어학자인 루이스 뱅크스를 통해 헵타포드에게 왜 그들이 지구에 왔는지를 묻고 싶어한다. 루이스는 18시간마다 문이 열리는 쉘 안으로 들어가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헵타포드와 처음 조우한다. 혹시 있을 방사능과 감염을 막기 위해 루이스 몸에 둘러진 산소마스크와 무거운 방호복은 그 떨리는 첫 조우의 순간의 떨림과 두려움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헵타포드의 언어는 ‘한숨소리와 딸각거리는 소리와 고래 소리(원작보다 더 매혹적이다)’ 같은 웅얼거림과 ‘검은 잉크를 흩뿌려 넣은 듯한 아름답고 독특한 모양(원작보다 더 매혹적이다)’으로 된 그림이다. 지구의 어던 언어와도 다른 헵타포드의 언어와 마주하며 루이스는 지구의 언어를 헵타포드에게 설명하며,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결국 루이스는 헵타포드의 비선형적인 언어를 인식하게 되며, 꿈을 꾸듯이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본다. 죽은 줄로 알았던 딸과의 아픈 추억들이 사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라는 설정 등은 원작보다 더 효과적으로 비선형적인 헵타포드의 언어와 관념을 설명하고 있다.
영화 “어라이벌”은 외계생명체 헵타포드와의 첫 조우의 감동을 원작만큼이나 아니 더 한층 가슴이 먹먹하고 매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드니 들뇌브와 시나리오 작가의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어진다.
영화에서는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고 사고가 언어를 만든다라는 내용의 ‘사피어–워프 가설’이 언급된다. 그 가설대로 루이스 뱅크스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이해하면서 사고가 달라진다. 영화는 헵타포드와의 만남을 통해 커뮤니케이션과 언어에 대한 개념의 이해를 뒤엎으며, 모든게 선형적인 지구의 시간과 언어 등 모든 개념에 대한 인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개인적으로 내게 영화 “어라이벌”은 원작이 지닌 지적으로 자극적인 장면을 고스란히 아니 더 현실적으로 시각화한 작품이자, 외계 생명체와의 첫 접촉을 경이롭게 묘사한 매우 인상적인 SF 작품이었다.
2.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를 다룬 SF 작품들 소개
초기 SF 시기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 H.G. 웰스의 “우주전쟁“(1898) :
웰스의 이 고전 SF 소설은 화성인의 갑작스럽고 잔인한 지구 침공을 묘사하면서 독자들에게 적대적일 수도 있는 외계 세력의 침공을 소개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인류의 취약성과 무분별한 제국주의가 초래할 수도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탐구하고 있다.
우주 외교에 대한 기대가 지배한 황금 시기 (1930년대 – 1950년대)
- 아서 C. 클라크의 “어린 시절의 종말”(1953) :
이 소설에 등장한 외계인 오버로드는 인류를 새로운 진화의 단계로 인도하려 한다. 이 소설은 유토피아적이면서도 수수께끼 같은 외계인의 존재와 이런 자비로운 외계인의 개입이 인류에게 주는 영향을 통해 행복과 자유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 영화 “지구가 멈춘 날“(1950) :
이 영화는 휴머노이드 외계인 클라투와 그의 로봇 동반자 고트의 이야기이며, 인류의 파괴적인 성향과 성간 의사소통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전후 불안이 지배한 시기 (1960~1970년대)
- 칼 세이건의 “접촉“(1985) :
세이건의 소설은 복잡한 기계를 통해 외계 문명과 교신하는 엘리 애로웨이라는 인물을 통해 외계 생명체와의 첫 접촉이 가져다 주는 과학적이자 철학적인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외계인의 메시지를 해독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을 생생히 묘사하면서 외계 생명체와의 접촉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다.
- 영화 “제3종의 가까운 만남“(1977) :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이 영화는 외계 우주선의 신비로운 출현과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이 가져오는 인류의 변화와 통합을 이야기하고 있다.
뉴웨이브 운동과 문화적 성찰이 나타난 시기 (1960~1970년대)
- 어슐러 K. 르 귄의 “어둠의 왼손”(1969) :
이 작품은 매우 다른 종족 간의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기존과 다른 문화적 뉘앙스에 대해 탐구하는 소설이다.
- 영화 “스타트렉: 더 모션 픽처“(1979) :
스타트렉 영화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지구와의 충돌을 앞두고 있는 거대한 외계 생명체 브게르와의 만남을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이해와 소통을 통한 초월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사이버펑크의 시기 (1980년대 – 1990년대)
- 영화 “컨택트“(1997) :
칼 세이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외계인 메시지 수신의 파급 효과를 탐구하고 있다. 이 영화는 첫 접촉의 지정학적, 종교적 의미와 인류의 도전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1996) :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이 블록버스터 영화는 적대적인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인류를 하나로 묶어 저항하고 생존하기 위한 전 지구적 노력을 그린 작품으로, 공통의 외계 위협에 직면한 인류의 회복력과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21세기 탐험 시기 (2000년대 – 현재)
- 영화 “워 오브 더 월드”(2005) :
스티븐 스필버그가 H.G. 웰스의 고전을 각색한 이 영화에서 지구는 우뚝 솟은 외계 전쟁 기계에 의해 처절하게 공격당한다. 외계인의 파괴적인 힘을 목격하면서 인류가 겪는 충격과 공포를 표현해 내면서, 고도로 발전한 적대적인 외계 문명에 맞선 인류의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
- 리우 시신의 “삼체 문제”(2008) :
리우의 소설은 문명의 전멸을 피하기 위해 존재를 숨기는 ‘어둠의 숲‘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지능적 종의 생존 본능을 탐구하고 있다.
- 영화 “디스트릭트 9”(2009) :
닐 블롬켐프의 “디스트릭트 9″은 외계 난민들이 지구의 분리된 구역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인류와 외계생명체의 첫 접촉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외계인을 경멸적으로 부르는 인간을 통해 인류와 외계생명체의 조우를 통해서도 차별과 편견이라는 주제를 선보이고 있다.
- “엔더스 게임”(2013) :
오슨 스콧 카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엔더스 게임‘은 외계인의 침공에 대비하는 젊은 전략가 엔더 위긴의 이야기이다. 엔더는 훈련이라고 생각했던 모의 전투가 사실은 포믹스라고 알려진 외계 종족과의 실제 전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충격에 빠진다. 이 작품은 선제 방어의 개념에 숨은 도덕적 복잡성을 탐구하고 있다.
- 영화 “어라이벌“(2016) :
테드 창의 “스토리 오브 유어 라이프”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는 외계인 헵타포드와 소통하는 데 있어 인류가 겪는 어려움을 탐구하며, 외계생명체의 존재와 언어의 힘, 시간의 비선형적 특성을 세심히 탐구하고 있다.
외계생명체를 인식함으로써 오히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나랑 다른 존재를 인식하고 그 존재를 온전히 이해하고 배우려는 노력이야말로 우리를 성장하게 할 것이다.
SF 소설에서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는 SF 장르의 대표적인 테마이자, 인류의 호기심과 열망을 반영하는 매우 강력하고 매혹적인 키워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