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탐험의 장르인 SF는 그 어떤 문학의 장르보다 자유롭고 진보적이다.
SF 속의 페미니즘
우선 페미니즘이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필요하다.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권신장운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1. 페미니즘이란?
페미니즘은 모든 성별의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옹호하는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운동으로, 특히 여성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과거와 현재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페미니즘의 핵심 원칙은 성별에 따른 차별, 고정관념, 조직적 억압에 도전하고 이를 해체하는 데 있다.
< 성 평등 >
페미니즘은 여성을 소외시켜 온 전통적인 위계에 도전하여
모든 성별의 사람들에게 동등한 기회, 권리, 대우를 확립한다.
역사적으로 남성에게 권력을 집중시켜 왔던 가부장적 구조를 비판하고 그 해체를 추구한다.
< 여성 역량 강화 >
페미니즘은 여성이 사회적 기대나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 신체, 직업에 대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교차성 >
교차성 페미니즘은 인종, 계급, 성적 지향 등과 같은 요인에 따라
개인이 서로 다른 형태의 억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다양한 형태의 차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다룬다.
< 법적 변화를 위한 노력 >
페미니즘 활동에는 차별적인 법과 정책을 없애고 사회적 소수자이자
약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입법 변경을 위한 로비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페미니즘은 단순한 여권신장이 아닌 모든 차별과 억압, 고정관념 타파에 관한 진보적인 운동이다.
2. 왜 페미니즘 논의가 중요한가?
페미니즘의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는 사회문제에 대한 공정한 인식의 폭을 넓히고, 포용하고 비판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불평등 해소 >
페미니즘은 과거 역사 속에서나 현존하는 성 불평등에 도전하고 이를 바로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토론은 성별에 따른 기회, 권리, 대우의 불균형을 파악하고 이해하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한다.
< 인식 증진 >
페미니즘에 대한 대화는 소외된 집단, 특히 여성의 어려움과 경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임금 격차, 젠더 기반 폭력, 차별과 같은 문제를 조명함으로써 전반적인 공감과 이해를 촉진하는데 도움이 된다.
< 개인의 역량 강화 >
단순히 여성의 권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페미니즘은 개인이 성 역할과 관련된 사회적 규범과 기대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
열린 대화는 사람들이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능동적으로 선택하게 하며,
개인적인 성장을 제한하는 억압적인 구조에 저항하도록 한다.
< 포용성 증진 >
특히 교차성 페미니즘은 다양한 형태의 억압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페미니즘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인종, 계급, 성적 지향 등과 같은 요인에 따라
개인의 다양한 경험을 인정하고 다룸으로써 포용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 영감을 주는 사회 변화 >
페미니즘에 대한 대화는 종종 집단적 행동과 사회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우려를 표명하고, 이야기를 공유하고, 정책 개혁을 지지함으로써
개인과 커뮤니티는 차별적인 시스템을 개선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
< 비판적 사고 장려 >
페미니즘에 대한 토론은 사회적 규범과 문화적 태도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장려한다.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려 깊은 대화에 참여함으로써
개인은 젠더는 물론 다양한 종류의 역학 관계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 억압받는 약자를 위한 안전지대 마련 >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는 약자의 억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약자를 위한 안전지대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공간은 연대를 촉진하고 특히 다양한 차별과 억압에 직면한 사람들의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3. SF 속 페미니즘 변천사
그럼 SF 속의 페미니즘은 어떻게 보여지고 진화해 왔는지 살펴보자.
1) 초기의 투쟁과 고정관념
경이로움과 일탈의 장르인 SF 소설조차 초창기에는 다른 문학 장르처럼 뿌리 깊은 고정관념과 성 편견에 시달렸다. 여성 캐릭터는 종종 곤경에 처한 여인이나 남성 주인공의 장식용 부속물 같은 고정관념적인 역할에 갇히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나 ‘아서 C. 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같은 유명한 작품들에서조차 널리 퍼진 성 규범이 무의적으로 반영된 바 있다.
2) 어슐러 르 귄의 등장과 전복적 내러티브 등장
그런 분위기에 비판적인 분위기가 생겨나며, 1960년대에 페미니스트의 목소리가 등장했다. ‘어슐러 K. 르 귄’은 “어둠의 왼손”을 통해 기존의 성 역할에 도전하며 중성애를 탐구하며 기존 가치에 도전했다. 르 귄은 남성과 여성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외계 세계에 대한 탐험을 통해 성의 유동성과 새로운 사회적 인식에 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3) 논란과 도약의 시작
1970년대와 1980년대는 진보와 논란을 모두 겪는 시기로 평가받는다. ‘조안나 러스’의 “여성인간“은 가부장적 구조에 맞섰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평행 세계에 사는 네 명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러스의 이야기는 사회적 규범에 의문을 제기하고 SF 커뮤니티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4) 사이버펑크와 테크노 페미니즘의 등장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사이버펑크 물결은 미래지향적인 기술과 냉혹한 현실주의의 조화를 가져왔지만, 종종 지극히 남성적인 미학을 영속화했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팻 캐디건’과 ‘도나 해러웨이’ 같은 작가들이 테크노 페미니즘의 선구자로 떠올랐다. 캐디건의 “시너스“는 인간과 기술의 결합을 탐구하며 전통적인 성 역할에 도전했고, 해러웨이의 에세이 “사이보그 선언문“은 사이버네틱 미래에서 젠더에 대한 미묘한 위한 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5) 교차성과 다양한 내러티브의 등장
21세기는 교차성과 다양한 관점에 주목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왔다. ’N.K. 제미신’의 “부서진 대지” 3부작은 인종과 권력의 문제를 탐구했을 뿐 아니라,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옥타비아 버틀러’, ‘은네디 오코라포’, ‘앤 레키’는 SF에서 여성에 대한 획일적인 묘사를 거부하는 이야기를 선보이며, SF 장르 자체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6) 실수에 대한 반성과 진화
SF 소설은 많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실수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했다. 유해한 비유와 대상화, 소외된 목소리를 외면한다는 비판은 물론 미투 운동과 표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책임감과 보다 포용적인 내러티브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따라서,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목소리를 확대하고 내러티브의 기조를 재정의하려는 의식적인 노력들이 있었다.
이렇듯 SF 소설과 페미니즘의 상호작용은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우리의 비전에 계속해서 도발하고, 영감을 주고, 재구성하며 독자들을 생각에 잠기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각주> SF 속의 페미니즘
4. 이 포스팅에 등장했던 작품(한국에 출간된 도서 목록)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번역 최용준, 시공사, 2014)
여성인간 (조안나 러스)은 미번역 출시되었다. 대신 몇편의 다른 책들이 소개된 바 있다.
혁명하는 여자들 (조안나 러스, 번역 신해경, 아작, 2016)
SF는 어떻게 여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나 (조안나 러스, 번역 나현명, 포도밭출판사, 2020)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법 (조안나 러스, 번역 박이은실, 낮은산, 2021)
시너스 (팻 캐디건)은 미번역 출시되었다.
도나 해러웨이 (이지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7)
부서진 대지 3부작 (N.K. 제미신, 번역 박슬라, 황금가지, 2020)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N.K. 제미신, 번역 이나경, 황금가지, 2020)
우리는 도시가 된다 (N.K. 제미신, 번역 박슬라, 황금가지, 2021)
우리가 만드는 세계 (N.K. 제미신, 번역 박슬라, 황금가지, 2023)
블러드차일드 (옥타비아 버틀러, 번역 이수현, 비채, 2016)
킨 (옥타리아 버틀러, 번역 이수현, 비채, 2016)
와일드 시드 (옥타비아 버틀러, 번역 조호근, 김영사, 2019)
쇼리 (옥타비아 버틀러, 번역 박설영, 프시케의숲, 2020)
씨앗 뿌리는 사람의 우화 (옥타비아 버틀러, 번역 장성주, 비채, 2022)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옥타비아 버틀러, 번역 장성주, 비채, 2023)
옥타비아 버틀러의 말 (옥타리아 버틀러, 번역 이수현, 마음산책, 2023)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은네디 오코라포, 번역 박미영, 황금가지, 2019)
빈티 (은네디 오코라포, 번역 이지연, 알마, 2021)
사소한 정의 (앤 레키, 번역 신해경, 아작, 2016)
사소한 칼 (앤 레키, 번역 신해경, 아작, 2017)
사소한 자비 (앤 레키, 번역 신해경, 아작, 2018)
사소한 기원 (앤 레키, 번역 신해경, 아작,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