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영화 ‘백조의 노래’는 복제인간이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과 죽음의 의미를 섬세하게 다룬 작품이었다. 특히 영화 속 복제인간 잭이 보여준 인간적 성숙함은, 우리에게 “진정한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영화….역시나 복제인간을 다루는 영화 “미키17″의 개봉이 연기되었다고 소식을 들으면서, 오늘은 SF 문학에서 복제인간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다뤄져 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복제 기술이 현실화되면서, SF가 오랫동안 제기해온 질문들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생충의 거장,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작품인 이 영화, “미키17” 또한 에드워드 애슈턴의 SF소설인 “미키7″을 원작으로 한다.
SF 문학 속의 복제인간들
1. 복제인간을 다룬 SF 작품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1932년에 쓰여진 이 작품은 복제 기술을 통한 계급 사회 구현이라는 충격적인 설정으로, 복제인간 문학의 초석을 다졌다.
인간을 알파부터 엡실론까지 다섯 계급으로 나누어 대량 생산하는 미래 사회를 그리며, 우생학과 사회 통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아낸 이 작품은 현대 사회의 계급화와 획일화를 예견했다는 점에서, 90년이 지난 지금 더욱 섬뜩하게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치 ‘백조의 노래’에서 복제인간을 만드는 것이 불법임을 암시하는 것처럼,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복제인간(레플리컨트)과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을 통해, “인간다움”의 본질을 탐구한 걸작이다.
공감 능력이 인간성의 핵심이라는 설정은,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감정을 보여주는 복제인간들을 통해 역설적으로 부정된다. 백조의 노래’의 잭처럼, 이 소설의 복제인간들도 때로는 인간보다 더 깊은 감정과 윤리의식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블레이드 러너’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원작 소설만이 가진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들은 분명한 차별성을 보여준다.
(기존에도 소개했지만, 예전에 소개했던 책은 절판되어, 지금 구할 수 있는 책으로 대체했다. 따라서 번역된 제목이 약간 다르다.)
카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
장기 기증을 위해 만들어진 복제인간들의 운명을 통해, 생명윤리와 인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 걸작이다.
헤일샴이라는 기숙학교에서 자라나는 복제인간 아이들의 이야기는, 자신들의 운명을 알면서도 사랑하고, 꿈꾸고, 예술을 창작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준다. 특히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은, 복제인간들의 비극적 운명을 직접적으로 고발하는 대신, 그들의 일상적인 삶과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독자들의 마음을 더욱 깊이 울린다는 점이다. 카즈오 이시구로는 201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기도 하다.
에드워드 애슈턴의 “미키7”
최근 복제인간 서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작품이다.
죽을 때마다 새로운 복제본으로 의식이 전송되는 ‘소모품’ 탐사대원 미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연속성 있는 자아와 기억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여섯 번의 죽음 끝에 일곱 번째 복제된 미키7이 자신의 이전 버전인 미키6과 만나게 되는 설정이다. 같은 기억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경험을 한 두 개의 ‘자아’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정체성의 본질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곧 봉준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작품은, 지금 가장 주목할 만한 복제인간 SF라고 할 수 있다.
2. 복제인간 이야기가 던지는 질문들
이들 작품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이다.
‘백조의 노래’에서 보았듯, 같은 기억을 가진 복제인간이라도 각자의 고유한 정체성과 인격을 지닐 수 있다. 유전자가 같다고 해서 정체성도 같은 것일까? 기억과 경험은 어떻게 정체성을 형성하는가? 이 모든 질문은 우리를 강렬히 사로잡는다.
위 작품들 모두는 복제인간의 권리, 존엄성, 그리고 복제 기술의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복제인간에 대한 차별을 그린 많은 이야기들은, 결국 우리 사회의 소수자 차별 문제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멋진 신세계”의 계급화된 복제인간들이나, “나를 보내지 마”의 장기 기증용 복제인간들이 겪는 차별은 현대 사회의 불평등 문제와 맞닿아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가? 그들은 우리와 동등한 존재인가? 끊임없는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 던진다.
마이클이 보기에 복제인간 이야기의 진정한 가치는, 과학기술 발전이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의식과 감정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개인의 고유성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 있다. 이제 우리는 SF 작가들이 상상했던 많은 기술들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들이 제기했던 질문들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앞으로 개봉될 “미키7″을 기다리며, 마이클은 독자 여러분들도 이 작품들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함께 고민해보길 바란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복제인간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기에 SF 작가들이 던진 이 질문들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개봉을 앞둔 “미키7″을 통해, 이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더 깊이 살펴보고자 한다.
그때까지 여러분들도 이 포스팅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마이클은 “나를 보내지 마“를 먼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복제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의 모습이, 여러분의 마음에 분명 오래도록 여운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