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에서 그리는 사후 세계, SF에서의 사후 세계, SF에서 탐구하는 죽음, 죽음의 의미, 죽음의 정의)
SF에서 그리는 사후 세계
넥플릭스가 21년 제작했던 영화, “디스커버리”를 오늘 다시 보면서 궁금해졌다.
SF 작품들에서 사후세계는 어떻게 묘사되고 있을까?
오늘 포스팅에서는 바로 이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할까 한다.
SF 소설에서 사후 세계를 묘사하는 방식은 아래와 같이 매우 다양한데,
이는 사후에 의식이나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다양한 문화적, 종교적, 철학적 신념이 반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1. 디지털 사후 세계
많은 SF 소설에서 사후 세계는 육체 너머에 의식이나 업로드된 정신이 존재하는
디지털 영역 또는 가상 현실로 묘사되고 있다.
이 개념은 “블랙 미러”의 ‘산 주니페로’나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같은 에피소드에서 묘사된 것처럼
개인이 자신의 의식을 디지털 공간으로 옮기는 기술을 통해 탐구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묘사는 시뮬레이션된 현실에서의 정체성과 함께, 존재의 본질과 불멸에 대한 인식에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찰리 브루커의 “블랙 미러”시리즈
넷플리스 영국 드라마인 “블랙 미러” 에피소드들은 종종 현대 기술과 사회의 어둡고 생각을 자극하는 측면을 탐구하고 있는데, 의식을 디지털 공간으로 옮긴다는 개념은 “산 주니페로”와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등장한다.
- 산 주니페로
산 주니페로라는 해변 휴양지를 배경으로 한 노인의 의식을 업로드하여 시뮬레이션 세계에서 살 수 있는 가상 현실 시스템을 소개한다. 이야기는 산 주니페로에서 만난 두 여성 요키와 켈리가 로맨틱한 관계를 발전시키는 과정을 따라가는데, 에피소드가 전개되면서 산 주니페로는 사실 고인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수십년 간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는 일종의 디지털 사후 세계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 앤솔로지 에피소드에서는 매트와 조라는 두 남자가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외딴 전초기지에 주둔하며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사람들 의식의 디지털 사본을 만들어 다양한 작업을 지원하는 ‘쿠키’라는 회사에서 일했던 매트의 경험담을 통해 인간 의식의 이동과 존재구조의 복사를 묘사하고 있다.
2. 환생과 이동
일부 SF 작품에서는 사후에 의식이 새로운 신체나 형태로 다시 태어나는 환생 또는 영혼의 이동이라는 개념을 탐구하기도 한다.
이 개념은 종종 업보, 운명, 존재의 순환적 본질이라는 주제와 얽혀 있다.
등장인물이 대체 현실과 잠재적인 사후 세계 시나리오를 경험하는 필립 K. 딕의 “유빅”과
서로 다른 시대와 삶에서 서로 연결된 영혼을 따라가는 데이비드 미첼의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필립 K. 딕의 “유빅”
이 소설은 초능력과 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미래 세계를 배경이다.
주인공인 조 칩은 텔레파스와 프리코그의 힘에 대항하기 위해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고용하는 회사인 런시터 어소시에이츠에서 일하는 기술자인데, 조와 그의 팀이 라이벌 조직의 공격을 받아 임무가 실패하게 된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등장인물들이 기괴한 현상과 시간 변칙을 경험하면서 현실은 점점 더 불안정해지게 되는데, 이야기의 중심에는 현실을 변화시키는 속성을 지닌 신비한 물질 ‘우빅’이 있으며, 이는 진실과 인식의 애매한 본질을 은유하는 역할을 한다.
데이비드 미첼의 “클라우드 아틀라스”
이 소설은 상호 연결성, 환생, 인간 존재의 순환적 본질이라는 주제를 탐구하며, 여러 세기와 대륙에 걸쳐 서로 연결된 6개의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다. 각 이야기는 19세기부터 종말 이후의 먼 미래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를 배경으로 하며, 다양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반복되는 모티프, 캐릭터, 테마로 연결되어 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구조는 각 이야기가 중요한 순간에 중단되었다가 소설의 후반부에 다시 시작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독자로 하여금 서로 다른 스토리 라인을 연결하고 시공간을 넘나들며 발생하는 에코와 반복을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중첩된 러시아 인형 같은 흥미로운 구조를 만들어낸다.
3. 천국과 지옥
천국과 지옥에 대한 전통적인 종교적 개념은 SF 소설에서도 묘사되고 있다.
이러한 묘사에는 C.S.루이스의 “위대한 이혼”이나 단테 알리기에리의 “단테의 신곡”에서 볼 수 있듯이
자비로운 존재 또는 악의적인 존재가 지배하는 천상의 영역이 그려진다.
이런 천국과 지옥은 종종 미래적이거나 다른 세계로 재구성되기도 한다.
이러한 내러티브는 도덕성과 구원의 문제, 자신의 행동이 가져오는 업보와 같은 주제를 탐구한다.
C.S.루이스의 “위대한 이혼(국내 제목: 천국과 지옥의 이혼)”
구속과 선택, 천국과 지옥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은 음산한 회색빛 마을에서 자신을 발견한 한 무리의 영혼들을 따라가며 진행된다.
이들은 버스를 타고 천국 외곽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머물거나 돌아갈 것인지 선택하거나, 삶과 신앙, 구원에 대한 믿음과 가정에 도전하는 여러가지 상황과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단테 알리기에리의 “단테의 신곡”
14세기 초 이탈리아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가 쓴 서사시로 지옥, 연옥, 천국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이 시는 로마의 시인 버질과 훗날 단테가 이상적으로 여겼던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아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는 단테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풍부한 우화적 이미지, 심오한 신학적 통찰력, 사후 세계에 대한 생생한 묘사로 유명하다.
4. 실존적 탐험
일부 SF 작품은 사후 세계에 대한 전통적인 종교적 또는 형이상학적 해석을 피하고 실존적 탐험과 철학적 탐구를 추구하기도 한다.
사후 세계를 개인의 신념, 기억 또는 인식에 의해 형성된 주관적이거나 상징적인 풍경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사후 세계를 지구와 천국 사이의 경계 공간으로 묘사한 앨리스 세볼드의 “러블리 본즈,
영혼이 자신의 생각과 욕망에 따라 자신만의 사후 세계를 창조하는 리처드 매튜슨의 “어떤 꿈이 올까요?”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앨리스 세볼드의 “러블리 본즈”
이 소설은 조지 하비라는 이웃에 의해 살해된 14세 소녀 수지 샐몬의 이야기이다.
수지는 죽은 후 천국의 내세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가족과 친구들이 자신의 상실과 살인의 여파에 대처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이 소설은 슬픔과 상실, 그리고 죽음 이후에도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결해주는 유대감을 주제로 다루며, 인간 감정의 복잡성과 비극에 직면한 인간 정신의 회복력을 탐구하고 있다.
리처드 매튜슨의 “어떤 꿈이 올까요?”
1978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저승에 가게 된 남자 크리스 닐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크리스는 사후 세계를 탐험하면서 죽은 반려견과 재회하고, 스승 알버트와 우울증으로 고생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내 애니를 비롯한 다른 영혼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수많은 도전과 장애물에 직면하게 된다.
그는 자비로운 존재와 악의적인 존재를 모두 만나며 궁극적으로 자신의 영혼의 깊은 곳과 사랑과 구원의 힘을 마주하게 된다.
5. 사후 세계의 부재
사후 세계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과 달리 일부 SF 소설에서는 사후 세계가 전혀 없을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러한 내러티브는 종종 허무주의, 실존적 공포, 죽음의 최종성과 같은 주제를 다룬다.
불가사의한 외계인 지능과의 만남이 현실과 존재에 대한 인간의 개념에 도전하는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와
장기 기증을 위해 자란 클론이 사후 세계의 약속 없이 죽음에 직면하는 Kazuo Ishiguro의 “Never Let Me Go”가 대표적이다.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1961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광활하고 지각이 있는 바다로 뒤덮인 먼 행성을 배경으로 솔라리스 궤도를 도는 우주 정거장에 파견된 심리학자 크리스 켈빈의 이야기이다.
켈빈은 솔라리스의 바다가 승무원들의 가장 깊은 두려움, 후회, 욕망을 물리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게스트’로 알려진 이 현상은 과학자들의 정신과 정서적 안정에 도전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켈빈은 솔라리스의 수수께끼를 더 깊이 파헤치면서 자신의 내면에 있는 악마와 씨름하고 의식의 본질, 정체성, 인간 이해의 한계에 대한 실존적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이시구로 가즈오의 “네버 렛 미 고”
2005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영국의 목가적인 기숙학교인 헤일샴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회상하는 캐시 H.의 내레이션으로 전개되는데, 캐시와 반 친구들이 나이가 들어 건강 문제가 생기면 ‘정상인’에게 장기를 기증하기 위해 사육된 클론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암울한 운명에도 불구하고 캐시와 친구들인 토미와 루스를 비롯한 클론들은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다.
SF는 독자와 관객에게 죽음의 장막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며, 우리를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죽음과 사후 세계, 인간의 존재와 의식의 의미는 SF 애호가 뿐 아니라 모든 인류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오늘 포스팅은 영화 “디스커버리”에 대한 소개와 함께, 기술과 영성의 관계를 탐구하고 사후 세계의 조작을 묘사했던 SF 영화 두편을 추가로 소개하며 마치려 한다.
사후 세계와 기술과 영성을 묘사했던 영화들
찰리 맥도웰 감독의 “디스커버리”
2021년에 개봉한 작품으로, SF는 물론, 드라마와 실존에 대한 탐험의 요소를 결합한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 외에 루니 마라, 제이슨 시겔 등이 출연했다.
이 영화는 사후 세계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 토머스 하버 박사(로버트 레드포드 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의 획기적인 발견은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한 오랜 믿음에 도전하며 사회 전반에 충격을 던진다.
사후세계를 발견했다는 하버 박사의 주장에 열광한 많은 사람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살을 통해 영성으로 나아가려 하고, 지구촌은 자살의 대유행을 겪으며 혼란에 휩싸인다.
윌(제이슨 시겔 분)은 형의 죽음 이후 삶에 대한 회의와 실존에 관해 의문에 휩싸인 채 아버지 하버 박사의 연구 시설에 도착하고, 아버지가 지독한 광기와 집념으로 탐구해 온 사후세계의 증명하려는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이 영화는 존재, 죽음, 인간 경험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죽음이 더 이상 끝이 아닐 수도 있는 세상에서 의미와 목적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이 영화는 우리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자, 독특한 스토리텔링과 인상적인 비주얼을 통해 죽음과 의식 그리고 영성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워쇼스키 감독의 “매트릭스”(1999)
1999년 개봉된 이 영화의 주된 초점은 인류를 노예로 만들기 위해 지능적인 기계가 만든 시뮬레이션 현실에 있지만, 인간의 의식과 해방 그리고 현실의 본질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매트릭스라는 시뮬레이션 세계에 갇혀 기계에 의해 에너지원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주인공 네오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진실을 발견하고 기계에 대항하는 반란을 일으켜 궁극적으로 인류를 모의 감옥에서 해방시키려 한다.
이 영화는 기술과 영성의 관계에 대해 심오한 질문을 던지며,
특히 더 높은 힘에 의해 통제되는 시뮬레이션 현실로서의 매트릭스의 개념을 탐구하고 있다.
이 영화는 현실과 의식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에 도전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존재의 본질과 물질적 한계를 초월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카무라 류타로 감독의 “시리얼 익스페리먼츠 레인”(1998)
이 시리즈는 와이어드라는 가상 현실 네트워크에 점점 더 깊이 관여하게 되는 레인이라는 소녀를 따라가는 애니메이션 영화다.
레인은 와이어드에 깊이 빠져들면서 초자연적인 현상과 마주하고 정체성, 의식의 본질,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 사이의 경계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시리얼 익스페리먼츠 레인”은 초현실적이고 생각을 자극하는 내러티브를 통해 기술과 영성, 현실의 조작이라는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