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펑크 SF
오늘 포스팅에서는 바이오펑크 장르의 SF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바이오펑크의 개념
바이오펑크란 ‘biology’와 ‘punk’의 합성어로 SF 소설의 하위 장르인 사이버펑크에서 파생된 또 다른 서브 하위 장르라고 볼 수 있다.
바이오펑크는 기본적으로 사이버펑크 하위 장르지만, 사이버펑크에서 다루는 정보기술과 무생물 대신에 생명공학과 생물에 초점을 맞추며, 돌연변이, 유전병, 키메라 등 생물학과 기술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변화 가능성과 관련 생명공학의 윤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1980년대 전자산업의 영향을 받았던 사이버펑크처럼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생명공학의 영향을 많이 받아 등장한 장르라고 볼 수 있다.
유전공학, 생명공학, 생명체 조작이 주요 내러티브가 되는 바이오펑크 SF는 사회 구조가 붕괴되고 강력한 기업이 유전자 기술에 대한 전례 없는 통제권을 행사하는 내용처럼, 가까운 미래사회에서 펼쳐지는 디스토피아적 주제로 전개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바이오펑크 장르는 무분별한 과학기술의 사용으로 인한 결과, 기업의 통제, 생명의 구성 요소를 다루는 윤리적 요소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독자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2. 바이오펑크의 매력
왜 SF 애호가들은 가까운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다루는 바이오펑크 장르에 열광할까?
마이클은 아래의 5가지 이유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윤리적 딜레마의 깊이
- 권위에 대한 반항에서 오는 희열
- 정체성 탐구의 진지함
- 인간 취약성에 대한 솔직한 자각
- 인식의 확대
윤리적 딜레마의 깊이 :
바이오펑크는 유전 공학과 유전자 가위나 유전자 코드 해킹의 문제는 물론, 복제와 생명체 조작을 둘러싼 윤리적 딜레마를 탐구한다. 이러한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탐구는 이야기에 깊이를 더하고 독자로 하여금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권위에 대한 반항에서 오는 희열 :
바이오펑크에 내재된 펑크 정신은 강력한 기업이나 권위주의 정부 등 억압적인 시스템에 대한 반란으로 종종 이어진다. 바이오펑크 장르는 이렇듯 펑크의 반문화 운동을 반영하여 기존 규범에 강하게 반발하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정체성 탐구의 진지함 :
바이오펑크 장르에서 묘사되는, 유전자를 조작하고 생명공학 기술로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 일련의 이야기들은 필연적으로 우리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심오한 탐구로 이어진다. 독자로 하여금 무분별한 유전자 조작과 실험으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직접 목도하게 함으로써,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이고, 인간답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만든다.
인간의 취약성에 대한 솔직한 자각 :
바이오펑크 이야기는 강력하고 잠재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생명공학의 힘에 직면한 인류의 취약성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취약성에 대한 솔직한 자각은 긴장과 서스펜스를 조성하여 스토리를 발전시킴은 물론 인간이 유전 및 생명공학으로 함부로 생태계를 교란해서는 안된다라는 묵직한 깨달음을 준다.
인식의 확대 :
바이오펑크 소설은 종종 생명과 환경을 주제로 삼아 자연계에 대한 무분별한 과학 실험의 결과를 다룬다. 독자는 바이오펑크 장르 SF 소설들을 통해 환경에 대한 관심과 고민에 빠지게 되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환경과 생태학에 대한 인식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바이오펑크 SF 장르가 사랑받는 이유는 흔히 말하는 사변적인 과학이라는 SF 개념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때문이다. 바이오펑크 장르의 SF 소설들은 윤리적 딜레마, 반항과 정체성 탐구, 인간의 취약성에 대한 자각과 인식의 확대들이 풍성하게 다층적으로 묘사되곤 한다. 이 장르 SF 소설들을 통해 독자들은 인위적인 생명공학 기술의 사용으로 인해 도래하는 디스토피아 미래처럼, 과학과 사회의 교차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런 고민과 자각은 생명공학의 책임감 있는 사용과 무분별한 과학 발전이 초래하는 위험성에 대한 진지하고 치열한 토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3. 바이오펑크 장르의 주목할 만한 작품
프랑켄슈타인 (1818)
누구나 알고 있는 메리 셀리의 이 작품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간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바이오펑크의 시초가 되는 작품이다.
모로 박사의 섬 (1896)
허버트 조지 웰스의 이 작품은 동물 생체실험의 잔혹성을 고발하며, 신과 같은 행세를 하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서구의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작품으로, 바이오펑크의 또 다른 시초로 불리고 있다.
세나 히데아키의 “패러사이트 이브”
몸 속의 미토콘드리아들을 조종해 한꺼번에 발화시켜 사람들 불태우는 인체 발화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제2회 일본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국내 출간된 제목은 “미토콘드리아 이브”였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1932)
헉슬리의 초기 작품이지만, 이 소설은 바이오펑크와 일치하는 주제, 특히 유전공학으로 인한 사회적 결과를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유전적 및 약리학적인 수단을 통한 인간 행동의 조작을 통해 욕망과 말초적인 자극만 지배하는 암울한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리고 있다.
“나는 입이 없다 그럼에도 비명을 질러야 한다” (1967)
할란 엘리슨의 1967년 발간된 작품으로, 자아를 갖게 됨으로써 인공지능을 뛰어넘은 미래의 컴퓨터와 인간의 이야기이다. 이 컴퓨터는 스스로에게 AM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증오심을 풀어 줄 장난감을 쓸 5명만 제외하고 전체 인류를 몰살시킨다. AM은 5명의 신체에 심한 가혹행위를 하고 회복시켰다를 반복하며 가지고 노는데, 이에 지친 5명의 인류는 어느 날 통조림 캔따개가 없음으로 인한 소동 끝에 서로를 죽이게 된다. 테드를 제외한 4명의 인간이 사라졌다는 사실, 따라서 가지고 놀 장난감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AM은 홀로 남은 인류 테드를 슬라임 같은 겔 덩어리로 개조해 버린다.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 (1984)
주로 사이버펑크와 관련이 있지만, 깁슨의 이 작품은 바이오펑크 테마도 다루고 있다. 캐릭터 몰리 밀리언즈는 이식형 렌즈, 접이식 면도날, 강화된 반사 신경 등 광범위한 생체 개량을 거치기 때문이다.
영화 “플라이”(1986)
1958년작을 리메이크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대표작이자, 자신을 실험체로 삼아 물질전송 실험을 하다 실수로 파리랑 융합되어 파리괴물로 변한다는 유명한 바이오펑크 호러영화다.
영화 “가타카“(1997)
앤드류 니콜 감독의 영화 ‘가타카‘는 유전자 조작으로 개인의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사회를 탐구하고 있다. 이 영화는 우생학의 윤리적 함의와 함께 유전적 완전성을 추구하는 사회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섬뜩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2002)
폴 W. S. 앤더슨의 이 영화는 단순한 좀비물이 아닌, 생물병기를 만들기 위해 엄브렐러 사에서 개발한 생물의 유전자구조를 바꿔 버리는 T 바이러스로 인해 생긴 사태를 그리고 있다. 좀비물 중에도 레지던트 이블처럼 유전자 조작과 같은 생물학적 요소가 들어가야 진정한 바이오펑크 장르로 볼 수 있다.
마거릿 앳우드의 “오릭스와 크레이크”(2003)
앳우드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생명공학 생물과 유전자 실험이 사회를 재편한 세계를 소개한다. 이 이야기는 기업이 통제하는 유전공학의 결과와 유전자 코드를 가지고 노는 윤리적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파올로 바시갈루피의 “와인드업 걸”(2009)
생명공학 기술이 지배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바시갈루피의 소설은 유전자 조작 생물체가 환경 문제의 해결책이자 원인이 되는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이 소설은 기업의 음모, 정치적 책략, 생명체의 유전자를 조작한 결과가 초래할 위험성을 그려내고 있다.
이렇듯 생물학과 생명공학 그리고 반항이 융합된 바이오펑크 장르는 유전자 조작의 잠재적 위험성과 도덕적 딜레마를 탐구하고 증폭시킴으로써 독자의 마음을 강력하게 사로잡는 매우 매력적이고도 강력한 SF 서브 하위 장르이다.
문학, 영화, 인터랙티브 미디어 모두에서 바이오펑크 주제는 과학과 윤리의 의미와 생명의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