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논란과 대한민국의 미성년자에 대해
오늘 포스팅은 좀 조심스러운 주제라 망설여지긴 하지만, 편하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어제 뉴스를 접하면서, 김수현 배우 관련 논란 기사를 보았다. 그 내용은 김수현 배우와 얼마 전에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고 김새론 배우와의 관계에 대한 논란이었다. 두 배우가 연인이었고, 문제는 처음 두사람이 사귈 때 고 김새론 씨는 미성년자인 것이 가장 큰 이슈가 되었다.
사실 나는 김수현 배우도 잘 모르고, 고 김새론 배우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건, 두 사람 모두 잘 생기고 아름다운 선남선녀 배우들이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두 사람의 진지한 연기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현재 양 측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나는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는 상태에서 일부 자극적인 언론이 사용하는 표현에 부화뇌동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나는 그 뉴스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미성년자를 생각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미성년자를 보는지에 대해, 중앙대 김누리 교수의 평소 주장과 책의 내용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도 15세 이상 청소년은 이미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세상은 어때야 되는지 자신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물론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험 때문에, 나쁜 의도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영향을 받기도 하고, 조정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꼭 청소년에게만 해당되는 일일까? 성인이라고 불리우는 나이를 따져보면, 거기서 겨우 몇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그때는 안 그랬는데 몇년이 지나면 저절로 능숙하고 성숙하게 변한다는 것인가? 냉철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청소년이 잘 몰라서 따라서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금치산자”라로 단정짓는 건 굉장히 위험하고, 폭력적인 것이다.
미성년자라 부르는 청소년은 서투를지언정 이미, 자기가 뭘 원하는지 뭐가 옳은 지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 있다.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아까 김수현 배우 논란으로 돌아가 봐도, 일방적인 관계에 의한 강압적인 압력의 행사는 옳지 않다. 하지만 그 당시 고 김새론 배우의 나이를 생각해서 그녀의 선택이 미숙한 것이고, 아무 것도 모르는 그녀를 성인인 김수현이 어떻게 했다는 자극적인 여론 몰이는 오히려 고 김새론 배우를 모욕하는 일이라 생각된다. 그녀의 선택이 미숙한 거라고 그 누가 말한단 말인가?
소아성애는 말 그대로 미숙한 대상에 대한 완전히 일방적인 일종의 폭력이다. 하지만 15세의 나이가 그런지는 의문이다. 지나치게 청소년의 인지능력을 폄훼하고, 무시하는 건 아닌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자극적인 논란을 찾고, 손가락질 할 대상을 찾아 너무 쉽게 힐난하고 뒤에서 낄낄대는 게 파시즘의 또 다른 형태는 아닌지.
마이클이 김수현 배우의 논란에서 청소년을 생각하고, 우리 안의 파시즘을 생각하게 된 건, 어찌 보면 김누리 교수 덕분이다.
김누리 교수는 독일 브레멘 대에서 귄터 그라스 작품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독문학자다. 중앙대에 아시아에서는 3번째인 ‘독일유럽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2019년 JTBC에서 기획했던 <차이나는 클라스> 방송에 나오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독일 문학을 전공했지만 우리랑 비슷한 독일의 경우를 빗대어, 우리의 민주주의와 교육에 대해 매우 큰 깨우침을 주는 학자이기도 하다.
독일 문학에 대한 책 말고, 김누리 교수의 생각에 대한 책은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가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했던 강의를 실은 내용이라, 김누리 교수의 평소의 생각을 더 잘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그의 최근 책을 난 아직 보지 못했다. 새 책의 제목은 “경쟁은 야만이다”이다. 이 책 또한 읽어보고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겠다.
김누리 교수는 우리 사회를 굉장히 기형적인 사회로 보며, 민주주의자로 자처하는 우리가 사실은 파시스트의 굴레를 벗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굉장히 열린 어른이다. 그는 심지어 본인이 독일에 가기 전에는 자신이 얼마나 파시즘에 익숙한 일종의 파시스트인지 몰랐다고 고백한다. 김누리 교수가 진단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거의 유일하게 68혁명을 경험하지 못한 데서 왔다고 주장하는데,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
68혁명은 1968년에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번져 나간 일어난, 일체의 불평등과 부조리에 대한 해방운동이었다.
68혁명을 통해 세계는 사회적, 정치적 변혁을 경험했다. 프랑스의 5월 혁명이 대표적이지만, 학생 운동과 반전, 여성 해방은 물론 가족제도는 물론 성에 대한 억압에도 반대하는 성의 해방 등 정말 전방위적인 혁명이었다. 하다못해 아시아의 일본도 그 논란이 많은 적군파 등으로 68혁명을 겪었지만 한국만은 예외였다. 전세계에 반전운동이 번지고 일체의 소유에 대해 저항하는 히피 등이 활동할 때, 우리 한국은 거의 유일하게 미국의 요청에 부응해, 베트남에 파병을 했다. 베트남 파병을 통해 한국정부는 박정희 정부를 좌익으로 의심하는 미국의 신뢰를 얻었고, 국가발전에 큰 도움이 된 경제적인 이득을 얻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억압’과 ‘부조리’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고, 해방하고 벗어나려는 진취적인 경험을 다른 나라들처럼 하지 못했다.
김누리 교수가 이야기 한 것처럼, 독일은 한국과 매우 비슷한 규모의 나라다. 그래서 여러가지로 우리가 참고할 부분이 많다. 그가 우리 사회에 대하 문제를 제기한 내용들은 아래와 같다.
-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 : 한국은 정치 민주화는 어느 정도 이루었지만, 경제와 사회 민주화가 부족하다.
- 한국의 교육문제 : 경쟁 중심의 교육이 바로 파시스트를 양성하는 교육이다. 민주주의자를 양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파시스트즘 성향을 강화한다.
- 청소년은 금치산자, 교사는 정치적 금치산자 : 파시즘의 전형적인 예이다. 금치산자가 금치산자를 가르치는 모순 속에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소된다.
- 68혁명의 부재가 한국의 문제 : 86혁명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게 한국 사회의 문제점 중의 하나다. 꼰대와 헬조선이라는 현상의 원인이다.
이 주제에 관해서는 나중에 다시 한번 자세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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